언젠가는 슬기로울 전공의 생활을 보면 의국회의에 참여하는 모습이 나온다. 이때 오이영이 불만이 참 많다면서 월급도 너무 짜다는 이야길 하는데 도대체 얼마길래 그런 말을 하지? 라는 생각이 들어서 찾아보았다. 왜냐면 우리가 알기로는 의사는 고소득 연봉자인데 왜 월급이 짜다는걸까 싶었다.
찾아보니 대학병원에서 수련 중인 의사들의 현실을 마주하게 되면, 생각보다 훨씬 복잡하고 무거운 이야기가 담겨 있다는 걸 알게 됐다. 하얀 가운 뒤에 숨은 수많은 밤샘과 피로, 그 와중에도 묵묵히 버티며 진료실에 서 있는 모습은 감탄스럽기도 하지만 동시에 안쓰럽기도 하다. 최근 레지던트와 펠로우의 연봉과 일상을 조사하면서, '의사=고소득'이라는 고정관념이 얼마나 단순한 해석이었는지를 절실히 느꼈다. 그들이 걷는 길은 ‘안정’이 아니라 ‘생존’에 가까웠다.
먼저 레지던트에 대해 이야기하자면, 의과대학 혹은 의학전문대학원을 졸업하고 의사면허를 취득한 뒤, 각 과의 전문의가 되기 위해 수련 중인 의사다. 일반적으로 레지던트 수련 기간은 3년에서 4년이고, 과에 따라 기간이나 업무 강도에 차이가 있다. 그러나 공통점은 모두 ‘힘들다’는 데에 있다. 2025년 기준으로 레지던트 1년 차의 연봉은 약 4,200만 원에서 4,500만 원 선이다. 2년 차 이상이 되면 5,000만 원에서 5,500만 원 정도로 올라가긴 하지만, 이마저도 당직 수당과 초과 근무 수당이 포함된 금액이라 실질적인 기본급은 더 낮다.

외과계열처럼 당직이 잦고, 수술 스케줄이 많은 과일수록 수당이 붙는 경우도 있지만, 그만큼 소모되는 체력과 정신력도 만만치 않다. 실무 중심의 업무가 대부분인 만큼, 레지던트의 하루는 새벽에 시작해 자정을 넘겨 끝나는 경우가 많다. 한 번은 시급으로 따지면 최저임금보다 낮을 수도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는데, 단순히 농담이라고 넘기기엔 너무 많은 현실적인 사례들이 그 말을 뒷받침해주고 있다.
그다음은 펠로우다. 펠로우는 레지던트 수련을 마친 후 전문의 자격을 취득하고, 세부 전공을 더욱 깊이 있게 수련하기 위해 병원에 남아 있는 전임의다. 일반적으로 1년에서 3년 정도의 추가 수련 기간을 거치게 된다. 전문의 자격이 있기 때문에 진료, 시술, 수술에 있어 보다 능동적으로 참여하고, 일부 진료는 단독으로 맡기도 한다. 연봉은 레지던트보다 높지만 기대만큼 큰 차이는 아니다. 대체로 6,000만 원에서 7,000만 원 사이이고, 일부 인기 과나 외과계 펠로우의 경우 8,000만 원까지도 갈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중요한 건, 이 연봉조차도 업무량과 책임감을 고려하면 턱없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펠로우 시기는 말 그대로 ‘커리어를 확장하고 자신의 전문성을 정립하는 시기’이기 때문에, 경제적인 보상보다는 미래를 위한 투자라는 측면이 강하다. 그래서인지 펠로우들은 ‘이 시간을 견디는 것’ 자체가 곧 경력 관리의 핵심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개인적으로 가장 안타까웠던 부분은, 이 모든 수련과 노동이 아직도 ‘교육’이라는 명목으로 정당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물론 의사라는 직업은 생명을 다루는 일이고, 높은 수준의 전문성이 요구되기에 충분한 훈련과 경험이 필요하다는 데는 동의한다. 그러나 문제는 그 훈련 과정이 사람의 체력과 감정을 무시한 채 운영되고 있다는 데에 있다. 수련이라는 이름으로 최소한의 휴식과 권리조차 보장받지 못하는 시스템은 분명히 개선돼야 한다고 본다.

그렇다면 왜 이들은 이런 조건을 감수하면서까지 병원에 남는 걸까? 그 이유는 ‘지금 이 순간의 보상’이 아니라, ‘앞으로의 기회’ 때문이라 할 수 있다. 의사라는 직업은 단지 자격증을 가지고 있다고 해서 보장이 끝나는 일이 아니다. 병원 내 입지를 다지고, 논문을 쓰고, 케이스를 쌓고, 학회 활동을 하면서 조금씩 자신만의 경력을 만들어가는 것이다. 펠로우 이후엔 개원을 하거나, 대학병원에 남아 교수가 되거나, 다른 진료 기관으로 진출하는 다양한 선택지가 생기게 된다.
하지만 그 선택지로 가기 위한 전제 조건은 너무나 많은 인내를 요구한다. 대부분의 전공의들은 이 시기를 버텨야만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그래서인지 의사 사회에서는 ‘참고 견뎌야 한다’는 말이 관성처럼 따라붙는다. 실제로 전공의들 중에는 번아웃을 경험하는 경우가 많고, 때로는 극단적인 선택으로 이어지는 안타까운 사례도 존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스템은 크게 바뀌지 않고 있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대학병원에서 수련 중인 레지던트와 펠로우는 매일 생과 사의 경계에서 수많은 결정을 내리고, 스스로를 혹사시키며 버텨내는 의료계의 주역이다. 그러나 그들이 받는 대우는 여전히 교육생이라는 이름으로 한정되어 있다. 사회가 이들을 향해 “의사니까 괜찮지 않냐”는 시선을 거두고, 이들이 처한 현실을 제대로 바라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물론 지금은 의료계 파업 등 여러 말이 많이 나오고 있어서 안타까울뿐이다. 최근 이국종 교수님이 거칠게 이야기한 것도 이해가 가는 바이다. 한편으로는 사람의 목숨을 가지고 협박하냐는 말도 나오고 있지만, 기존에 근무하시던 훌륭한 의사분들까지 폄하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앞으로도 이런 현실을 조금 더 많은 사람들이 알게 되기를 바란다. 그리고 언젠가는, 지금의 전공의들이 조금 더 인간답게 일할 수 있는 환경에서 수련받을 수 있는 날이 오길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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