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 전 금식, 밥도 물도 왜 못 먹을까?
수술 앞둔 환자에게 꼭 지켜야 할 규칙 중 하나, 바로 ‘금식’이다.
〈언젠가는 슬기로운 전공의 생활〉 같은 의학 드라마를 보다 보면, 수술을 앞둔 환자에게 “물도 마시면 안 됩니다”, “금식 몇 시간째입니다”라는 대사가 자주 등장한다. 의료진이 환자 상태를 확인하며 반복적으로 강조하는 이 ‘금식’이라는 절차는 생각보다 훨씬 중요한듯하다. 이번 10화에서도 조준모 교수 환자가 다음 날 수술인데 죽을 먹으려던 장면에서 극대노 하는 모습이 보인다. 솔직히 그렇게까지 해야하나..?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하물며 물도 못마시는 건 정말 괴로운 일일듯하다.
진짜 수술 전에는 정말 물 한 모금도 안 되는 이유가 뭘까? 먹으면 그렇게까지 큰일이 나는 걸까? 실제 병원에서도 종종 “그 정도야 괜찮지 않나요?”라는 질문을 받는다고 한다. 오늘은 그 의문에 대해 정확하게, 그리고 차분하게 설명해보고자 한다.
1. 금식의 가장 큰 이유: 위 내용물의 ‘역류’와 ‘흡인’ 방지
사람은 수면 상태에선 대부분의 근육이 이완된다. 일반적으로 음식물을 삼키거나 토하지 않도록 도와주는 기관지 근육, 식도 괄약근 등도 예외는 아니다. 전신마취 상태에서는 이 괄약근들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기 때문에 위에 남아 있는 음식물이나 액체가 식도를 타고 역류하거나, 기도로 넘어가 흡입(흡인)될 수 있다. 이를 흡인성 폐렴이라고 부르며, 경우에 따라 생명에 큰 위협이 되기도 한다.
특히 마취를 하게 되면 몸의 반응 속도가 둔해지기 때문에, 음식물이 기도로 넘어가도 스스로 기침하거나 뱉어내는 반사작용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 작은 음식 조각이나 물 한 모금이 폐로 들어가게 되면 염증을 일으키고 폐기능 저하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수술 전 금식은 생명을 지키는 아주 기본적인 전제 조건인 것이다.
2. 수술 중 구토와 질식 위험
위에 음식물이 남아 있는 상태에서 마취가 진행되면 구토가 유발될 가능성도 높아진다. 수술 중 구토가 일어나면 식도로 나온 내용물이 기도를 막을 수 있고, 이는 심각한 질식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실제 병원에서는 이를 방지하기 위해 마취 전 반드시 금식 여부를 재차 확인한다.
특히 응급수술이 아닌 계획된 수술에서는 금식 여부가 중요한 수술 스케줄 결정 요인이 되기도 한다. 금식을 충분히 하지 않은 환자는 수술 순서가 뒤로 밀리거나, 때에 따라 수술 자체가 연기되기도 한다. 이는 모두 수술 중 혹시라도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이다.
3. 물조차 금지하는 이유
“그냥 물 한 모금도 안 되나요?” 많은 환자들이 병원에서 이렇게 묻는다.
그 마음이야 충분히 이해된다. 특히 긴장된 상태에서 갈증을 참는 것은 생각보다 힘들기 때문이다. 그러나 물이라고 해서 다르지 않다. 액체 역시 위에 남아 있으면 흡인의 위험을 일으킬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수술 중 위액을 자극하여 위산 역류나 속쓰림을 유발할 수 있고, 마취에 쓰이는 약물과 예기치 않게 반응할 가능성도 있다.
대부분의 병원에서는 수술 6시간 전부터 음식물 금지, 그리고 물이나 투명한 액체조차도 수술 2시간 전부터 금지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이 기준은 미국 마취학회 가이드라인에서도 권장하는 안전 기준이며, 국내 병원에서도 일괄적으로 적용하고 있다.
4. 환자의 안정을 위한 금식
금식은 단지 의학적 안전을 위한 것만은 아니다.
수술이라는 극도의 긴장 상황 속에서 위가 비어 있는 상태는 환자의 신체를 더욱 안정시켜준다. 특히 전신마취의 경우 구역질이나 속쓰림을 유발할 수 있는데, 위에 음식물이 없을수록 그 위험은 줄어든다.
또한 수술 후 회복 단계에서도 위가 비어 있는 상태에서 시작하는 것이 훨씬 부담이 적다. 수술 직후부터 다시 음식을 섭취할 수 있는 것은 아니며, 대부분 물부터 조금씩 마신 뒤, 미음, 죽, 일반식 순서로 천천히 회복시킨다. 이 과정은 위장 기능이 다시 회복되는 것을 점검하는 기준이 되기도 한다.
5. 드라마 속 금식 장면이 주는 현실성
〈슬기로운 전공의 생활〉 같은 드라마에서 마취과 전공의나 간호사가 금식 여부를 수차례 확인하는 장면은 현실에서도 실제로 자주 있는 일이다.
이것은 단순히 ‘드라마적 장치’가 아니라, 실제 의료 현장에서는 생명을 지키기 위한 당연한 절차이다. 음식이나 물을 조금이라도 섭취한 상태라면 응급 상황이 아니고서야 수술을 진행하지 않으며, 환자의 동의 하에 수술을 연기하고 다시 안전한 조건에서 일정을 조율한다.
드라마를 보며 “왜 이렇게까지 철저하게 하냐”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 안에 담긴 생리학적 원리를 이해한다면 고개가 끄덕여질 것이다.
환자가 수술 전에 금식을 해야 하는 이유는 결코 단순하지 않다. 생명을 지키기 위한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중요한 절차이다. 한 잔의 물, 한 입의 과일도 때로는 수술 결과를 좌우할 수 있는 큰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그래서 병원에서는 수술 전날부터 금식을 철저하게 공지하고, 수술 당일에는 여러 번 재확인하는 것이다.
내가 드라마를 보면서도 이 장면이 유독 인상 깊었던 건, 그것이 너무나 일상적으로 지나갈 수 있는 일이지만 누군가에게는 생사의 갈림길일 수 있기 때문이다. 수술을 앞둔 환자라면 불편함을 참고 반드시 금식 지침을 잘 따르는 것이 가장 현명한 준비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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