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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사랑해요 류재휘! 이런 어른 한 명만 있어도 살만할 것 같다. 언슬전 10화 리뷰

by imtbp 2025. 5.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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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재휘, 유연함과 단단함을 모두 품은 진짜 어른의 모습

《언젠가는 슬기로울 전공의 생활》 10화를 보면서 시청자는 여러 감정을 겪는다. 극의 흐름은 조용히 흘러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인물들의 작은 움직임 하나하나가 누군가에게는 생의 전환점이 된다. 이번 화에서 가장 깊게 각인된 인물은 단연 류재휘 교수였다. 평소에는 이름을 잘 기억하지 못하고 전공의를 ‘자기야’라고 부를 만큼 허술하고 느긋한 인상으로 그려졌지만, 실제로는 누구보다 단단하고 신념 있는 인물이라는 점이 드러났다. 그 안에는 무례함을 용납하지 않는 태도, 정의로움과 배려가 공존하는 성품, 무엇보다 누군가를 진심으로 챙길 줄 아는 어른스러움이 있었다. 그 모습은 사비라는 한 전공의에게도 크고 조용한 변화를 일으킨다. 이번 글에서는 류재휘라는 인물의 캐릭터를 중심으로, 그가 보여준 진정한 리더십과 사람됨에 대해 다뤄본다.

 

 

 

류재휘 교수는 산부인과 중에서도 ‘부인과’를 전공하는 교수이다. 특유의 조용하고 단정한 병동 분위기와 어울리게, 그의 존재도 마치 긴 호흡의 클래식처럼 느껴진다. 수술방에서도 그는 말이 없다. 늘 기척 없이 나타나고, 긴 시간 동안 같은 자세로 묵묵히 수술을 진행한다. 손끝의 감각에 의지해 작은 종양 하나하나를 제거하는 그의 모습은 후배들에게 단순한 술기 그 이상을 남긴다. 전공의들은 그런 그를 '감동을 주는 사람'이라고 표현한다. 말보다는 행동으로 가르치고, 칭찬과 긍정의 힘을 믿는 그의 태도는 언제나 주변에 온기를 남긴다.

 

 

하지만 진정 류재휘 교수라는 인물이 빛난 순간은 이번 화의 에피소드 속에서 드러난 단호함과 정확한 판단력이다. 사건은 조준모 교수로부터 시작되었다. 조준모는 언제나 윽박지르고, 누군가를 공개적으로 모욕하는 언행을 서슴지 않는 전형적인 강자 앞에서는 강하고, 약자 앞에서는 더 강한 ‘강약약강’형 인물이다. 특히 김사비 전공의에게는 유독 가혹하게 굴며, 심지어 사비가 부인과 턴임에도 불구하고 산과에만 관심을 둔다는 이유로 연달아 비난을 퍼부었다. 사비는 반항하지 못하고 그저 입을 다물 뿐이었다. 그런 사비에게 류재휘 교수는 조용히 다가가 “네 잘못이 아니라 조준모 교수 잘못이다”라고 말한다. 그 말 한마디는 단순한 위로가 아닌, 사비에게 존재를 인정받는 감각을 안겨주었다.

 

 

 

 

 

 

더불어 류재휘 교수는 행동으로도 사비를 지지했다. 조준모 교수가 병원 프론트에서 다수의 사람들이 있는 상황에서 사비를 공개적으로 모욕하자, 류재휘 교수는 그 상황을 보고 분노한다. 혼내야 할 때는 혼내야 한다는 원칙을 지키되, 그는 말한다. “누군가를 혼낼 때도 예의가 필요하다. 장소와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 그는 사비의 감정을 이해하며 그녀를 사람 대 사람으로 존중했다. 조준모 교수가 자리를 피하면서 주변 사람들에게 형식적으로 미안하다고 했지만, 류재휘 교수는 진심이 없는 사과는 의미가 없다고 판단한 듯 다시 그를 찾으러 간다. 하지만 사비가 먼저 다가와 “사과 받았다”며 고개 숙여 인사했고, 류재휘 교수는 그 말을 믿고 조용히 물러난다. 이 장면은 상사의 위엄과 동시에 상대방의 말에 귀 기울이는 태도, 상황을 판단하는 냉정함, 그리고 누구도 민망하지 않게 끝내는 절제력을 모두 보여주었다.

 

 

 

 

류재휘 교수의 배려는 작지만 분명한 방식으로도 드러난다. 조준모에게 큰소리를 들은 날, 사비는 지쳐 있었다. 그때 류재휘 교수는 “내가 일 대신 해줄 테니 커피 한 잔 사 먹고 와”라며 본인의 카드를 내민다. 사비는 “괜찮다”고 하지만, 류재휘 교수는 “내가 먹고 싶어서 그런 거다”라며 상대가 부담 느끼지 않도록 배려의 표현을 살짝 비튼다. 이 장면은 류재휘 교수가 누군가를 진정으로 응원할 줄 아는 사람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사비에게는 이 모든 과정이 “부인과에 대한 관심”이라는 감정으로 연결된다. 그녀가 부인과에도 마음을 여는 변화의 시점이 바로 류재휘 교수의 존재다.

 

누군가는 류재휘 교수를 '눈에 띄지 않는 인물'이라고 말할지도 모른다. 그는 소리를 내지 않고, 혼자 오래 서 있고, 이름조차 자주 잊어버린다. 그러나 그런 그가 가진 무게감은 조용한 카리스마로 주변을 움직인다. 힘으로 누르는 것이 아닌 존중과 정중함, 정확한 판단과 따뜻한 지지로 만들어낸 리더십이야말로 진짜 리더가 가져야 할 모습이다.

 

이 인물을 보며 우리가 배울 수 있는 점은 분명하다. 조직에서 누군가를 가르치고 이끌어야 할 자리에 있는 사람이라면, 강함보다는 깊음으로, 압박보다는 배려로, 명령보다는 신뢰로 다가서야 한다는 것이다. 류재휘 교수처럼 때로는 ‘예의 있게 혼낼 줄 아는 사람’, ‘공간을 배려하는 사람’, ‘사람을 사람답게 대하는 사람’이 되는 것. 그것이 우리가 지향해야 할 리더의 모습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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