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전공의 맞아? 겁먹으면서도 너무 잘하는 오이영

imtbp 2025. 5. 8. 0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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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회차에서 이영, 도원, 동우 세 사람 사이의 감정선이 본격적으로 요동치기 시작하면서, 시청자의 몰입도는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 여기에 명은원의 논문 사건까지 겹치며 병원 내 권력 구도마저 긴장감이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이번 회차는 감정과 윤리, 현실의 무게가 한꺼번에 뒤엉켜 시청자로 하여금 심장이 쿵 내려앉게 만들 정도였다.

 

 

 

가장 먼저 주목할 지점은 이영의 첫 제왕절개 수술이다. 그동안 늘 그림자처럼 서정민 교수나 도원의 뒤에 서 있었던 이영이, 처음으로 메인 오퍼레이터로 수술대에 선 순간은 그 자체로 감동이었다. 무섭고 떨리는 그 시간을 견뎌낸 것은 다름 아닌 스스로의 결단이었지만, 또 한 사람의 존재가 있었다. 바로 도원이었다.

 

휴가 중임에도 불구하고 수술실에 불쑥 나타난 도원의 등장은, 이영의 무너질 뻔한 멘탈을 지탱한 결정적 요소였다. 마치 그 자리에 있어주기만 해도 괜찮아지는 사람처럼, 도원의 존재는 이영에게 그런 의미였다. 수술은 성공적으로 마무리됐고, 그 장면은 수술의 성공을 넘어 관계의 새로운 전환점을 상징하는 것 같다.

 

그런데 이 수술 이후, 감정의 균형이 크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바로 동우 때문이다. 동우는 수술이 끝난 직후 이영을 기쁘게 껴안으며 축하했고, 이 장면은 우연히 도원에게 포착됐다. 이영을 향한 도원의 감정이 분명히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감정을 확실히 드러내지 못했던 시간들이 도리어 동우에게 기회를 준 셈이다. 동우는 플러팅에 있어선 매우 직설적인 캐릭터다. 청심환을 건넨다든지, 데이트 신청을 한다든지, 그 어떤 상황에서도 자신의 감정을 숨기지 않는다.

 

반면 도원은 여전히 조심스럽고 망설인다. 이영이 게장을 먹는 걸 보며 걱정하는 모습이나, 식사 자리에서 마주친 짧은 눈빛에 숨어 있는 감정은 명백하지만, 말로 꺼내지 않는 그의 태도는 오히려 불안하게 만든다.

 

이영은 분명 도원을 향한 마음이 있다. 하지만 시간이 길어질수록, 확신 없는 태도에 흔들릴 수도 있다는 불안이 자꾸 싹튼다. 이 삼각관계는 감정선의 흐름만으로도 충분히 몰입감을 주지만, 여기에는 각자의 ‘사람됨’이 더해져 더욱 깊어진다. 물론 이영은 도원에 대한 마음이 커 동호의 고백에도 흔들리지 않았지만 아직까지는 고구마를 100만개는 먹은 것 같은 답답함이 밀려온다.

 

 

 

 

 

 

이 와중에 또 다른 축, 병원 내부의 권력 갈등까지 터지고 말았다. 바로 명은원의 논문 사건이다.

도원이 거의 다 썼다고 해도 무방한 논문에서 그의 이름이 제1저자가 아닌 제2저자로 빠졌다는 사실은, 시청자 입장에선 이미 분노의 포인트였다. 그런데 그 사실을 서정민 교수가 알고 있었다는 복선이 드러나면서 분위기는 또 한 번 반전된다. “휴가 잘 다녀와라 논문 때문에 마음고생도 했을텐데”는 말 한마디 속에 담긴 냉소와 분노는 그 누구보다 서정민이 이 상황을 깊이 알고 있으며, 결코 그냥 넘기지 않겠다는 예고처럼 느껴졌다. 명은원은 이미 거짓말, 당직 기피, 후배에 대한 무례 등으로 시청자들에게 신뢰를 잃었고, 이번 논문 사건은 그런 그가 가진 마지막 자존심마저 무너뜨릴 결정적 계기가 될 듯하다.

 

이 드라마가 흥미로운 건, 인물의 감정선과 병원 내 현실 권력이 정교하게 맞물려 있다는 점이다. 감정적으로만 흘러가지 않고, 그 감정이 만들어낸 현실의 결과가 분명히 존재한다. 도원과 이영 사이의 감정이 제대로 풀리지 않으면, 동우에게 마음이 넘어갈 수도 있다. 명은원이 병원 내에서 더 이상 신뢰받지 못한다면, 교수 임용은커녕 병원 내 입지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 각각의 갈등이 따로가 아니라 얽혀서 움직인다.

앞으로 전개될 이야기의 핵심은 결국 선택이다. 이영은 도원과 동우 사이에서 어떤 선택을 할까. 도원은 감정을 뒤늦게나마 표현할 수 있을까. 명은원은 몰락의 길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그리고 서정민 교수는 이 사건을 어떤 방식으로 정리할까. 모든 선택에는 책임이 따른다. 그리고 그 책임은, 시청자인 나에게도 뭔가 묘한 울림을 준다. 감정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했던 기억, 용기를 내지 못해 놓쳐버렸던 관계, 그런 장면들이 머릿속을 자꾸 떠오르게 만든다.

 

〈언젠가는 슬기로울 전공의 생활〉은 감정과 조직, 인간과 인간 사이의 균열과 회복을 담아내는 아주 묵직한 서사로 자리 잡고 있다. 병원의 수술실보다 더 복잡한 건 결국 사람의 마음이라는 것을, 이번 회차를 보며 다시 한 번 느꼈다.

그래서 다음 회차가 더 궁금하다. 감정이 언제 어디서 어떻게 터질지, 그리고 그 감정이 어떤 선택과 결과로 이어질지. 이제부터는 각 인물의 표정 하나, 말 한마디도 놓치고 싶지 않다. 이미 마음은 병원 안 어딘가, 그들의 세계 속에 깊이 들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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