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언젠가는 슬기로울 전공의 생활, 김사비 감정을 말하지 못하는 사람들의 이야기

imtbp 2025. 4. 25.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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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기로운 전공의 생활, 김사비를 보며 나를 떠올렸다 – 감정을 말하지 못하는 사람들의 이야기

슬기로운 전공의 생활을 보면서 매회 마음이 움직이곤 하지만, 이번 시즌 들어 특히 더 눈에 들어오는 인물이 있다. 바로 김사비다. 처음에는 조용하고 무뚝뚝한 전공의 중 한 명이려니 했다. 표정도 거의 없고, 말수도 적고, 동료들과 특별히 친해 보이지도 않았다. 그런데 회차가 거듭될수록 이 인물의 내면이 조금씩 드러나기 시작하더니, 어느 순간부터 자꾸 마음이 쓰이기 시작했다. 그냥 드라마 속 캐릭터가 아니라, 어딘가 나와 닮은 사람 같았다.

김사비는 겉으로 보기엔 감정이 없는 사람처럼 보인다. 무표정하고, 상황에 맞는 감정 표현도 거의 하지 않는다. 누군가에게 상처 주는 말을 들어도 별 반응이 없고, 속상한 일이 있어도 ‘괜찮다’고 넘겨버린다. 하지만 나는 그게 진짜 괜찮아서 그런 게 아니란 걸 알 것 같았다. 그건 말 그대로 ‘괜찮은 척’이었다. 아무도 나를 제대로 들여다보지 않는 세상에서, 차라리 감정을 꺼내지 않는 게 익숙해진 사람. 그런 사람이 바로 김사비다.


 

 

 

감정을 말하지 못하는 사람들, 오해받는 사람들

솔직히 김사비를 보며 내 예전 모습이 떠올랐다. 회사에서도, 친구 관계에서도 누군가가 내게 “표정 좀 펴”, “왜 그렇게 무뚝뚝해?”, “기분 나빴으면 말을 하지”라고 할 때마다 억울했던 적이 많았다. 나도 말하고 싶었는데, 그게 쉽지가 않았다. 어떤 타이밍에, 어떤 어조로, 어디까지 말해야 할지 몰랐다. 말하는 순간 더 무너지거나, 오히려 상처받을까 봐 아예 입을 닫는 선택을 했던 기억이 많다. 김사비도 그런 것 같았다.

드라마 속에서 동료들이 “왜 아무 말 안 해?”, “답답하다”, “표현을 좀 해”라고 말할 때, 나는 그 장면들이 불편하면서도 현실적으로 다가왔다. 왜냐하면, 그 말들 자체가 또 다른 부담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감정 표현이 서툰 사람에게 ‘말하라’는 요구는, 때로는 ‘왜 넌 이렇게밖에 못 해?’라는 비난처럼 들릴 수 있다. 김사비는 그걸 견디고 있었던 거고, 그래서 더욱 안타까웠다.


김사비가 안겨주는 묘한 감정들 – 나 같아서

그런데 신기하게도, 김사비는 특별한 사건 없이도 감정이입이 된다. 눈물도, 큰 감정 표현도 없는데도, 그 속에 있는 말 못 할 감정을 보는 것 같기 때문이다. 김사비가 "괜찮아요"라고 말할 때, 그 말의 진심이 ‘괜찮지 않음’이라는 걸 느끼게 된다. 그 조용한 감정 표현이 오히려 더 크게 다가온다.

이런 인물이 주는 힘은 단순히 ‘감정적인 캐릭터’와는 다르다. 김사비는 눈에 띄는 사건으로 존재감을 드러내지 않는다. 오히려 조용히 일상을 살아가면서, 작은 일에도 속으로 깊이 고민하고 무너지는 사람이다. 그래서 더 현실적이고, 그래서 더 공감하게 된다.

시청자 입장에서, 김사비는 ‘대리 사과해주고 싶은 인물’이기도 하다. 말을 못 했기 때문에 오해를 사고, 오해를 샀기 때문에 더 말문이 막히는 악순환 속에서, 누군가가 대신 해명해주고 설명해줬으면 싶을 때가 많다. 그런 감정을 느끼게 하는 캐릭터가 있다는 건, 그만큼 시청자와 감정선이 맞닿았다는 증거다.


 

 

 

김사비는 감정 없는 AI가 아니라, 감정을 배우는 사람이다

무표정하고 말수가 적다고 해서, 김사비를 ‘무감정 캐릭터’라고 단정 지으면 안 된다. 그는 감정이 없는 사람이 아니라, 감정을 어떻게 꺼내야 할지 배우는 중인 사람이다. 어릴 때부터 표현을 억제당했거나, 말해도 변화가 없었던 환경에서 자라온 사람들은 차츰차츰 감정을 꺼내는 법을 잊게 된다. 그러다 결국, 나중에는 자기조차도 자기 감정을 정확히 인지하지 못하게 된다.

드라마를 보면서 느꼈던 건, 김사비는 지금 그 과정을 거치고 있는 중이라는 점이다. 사회에 첫 발을 디딘 전공의, 그리고 혼자 끙끙 앓으면서도 누구에게도 쉽게 말하지 못하는 상황. 그런 김사비가 점점 자신을 열고, 동료들과 감정을 공유하게 된다면, 그건 단순한 로맨스보다 훨씬 더 감동적인 성장일 것이다. 나는 그게 기대된다.


 

 

 

 

 

결국, 김사비는 우리 모두의 거울이다

나는 김사비라는 인물이 특별해서 좋아진 게 아니다. 그 안에서 과거의 나를 봤기 때문에, 그리고 지금도 그런 사람들과 함께 살고 있기 때문에 이 인물이 더 마음에 남는 것이다. ‘내가 예전에 이랬지’, ‘내 동료도 저런 스타일이야’, ‘내 친구도 말은 못하지만 속으론 많이 아파하고 있지’ 하는 기억과 감정이 자꾸만 되살아났다.

드라마 속에서 김사비는 많은 시청자들의 감정 거울 역할을 한다. 겉으로는 괜찮아 보이지만, 사실 속에서는 수많은 감정을 삼키고 있는 사람. 그런 사람이 조용히 성장하고 변화하는 과정을 지켜보는 건, 보는 이로 하여금 묘한 위로를 안겨준다. 나도 언젠가 그런 시기를 지나왔고, 지금도 그중 일부를 살고 있는 사람이니까.


 

 

 

마무리하며 – 감정이 서툰 사람들에게 기회를

슬기로운 전공의 생활을 통해 김사비 같은 인물을 만날 수 있다는 건 정말 감사한 일이다. 화려한 액션도 없고, 자극적인 전개도 없지만, 한 사람의 작은 감정 변화만으로도 이렇게 깊은 공감을 자아낼 수 있다는 사실은 이 드라마의 진짜 힘이라고 생각한다.

감정을 잘 표현하지 못한다고 해서 무심한 건 아니다. 표현이 서툴 뿐, 그 안에는 더 깊은 감정이 있다는 걸 우리는 안다. 김사비는 그걸 보여주는 사람이다. 그러니 앞으로도 이런 캐릭터에게, 그리고 우리 주변의 그런 사람들에게 조금 더 따뜻한 시선을 보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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