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속이 다 시원해지는 오이영의 하극상, 명은원 참교육 시급

imtbp 2025. 5. 11. 1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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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이영 vs 명은원 갈등 장면 리뷰 – "이게 현실이다"

드라마를 보다가 현실보다 더 현실 같은 장면을 마주할 때가 있다. 이번 〈언젠가는 슬기로운 전공의 생활〉 9화 후반, 바로 그런 장면이 펼쳐졌다. 오이영과 명은원 사이에서 벌어진 갈등. 그 중심에는 생명을 놓고 판단을 내려야 했던 한 전공의의 절박함과, 체면과 권위에 사로잡힌 교수의 위선이 있었다.

병원을 배경으로 한 이야기지만, 의료라는 전문 영역을 떠나 모든 조직에서 흔히 마주치는 구조와 인간 군상을 그대로 투영한 장면이었다. 보고 있는 내내 속이 꽉 막히고, 또 눈물까지 고였던 이 장면을 오늘 블로그에 정리해보고자 한다.

 

 

 

 

 

 

산모의 신뢰와 명은원의 ‘약속’

그날은 병원에 방송국 촬영팀이 들어와 있던 날이었다. 응급으로 들어온 산모는 진통을 시작하며, 자연분만을 강하게 희망했다. 그녀는 명은원 교수에게 직접 이렇게 말했다. “선생님이 받아주시면 평생 못 잊을 것 같아요.”

명은원은 카메라 앞에서 그 말을 덥석 받아들인다. “제가 꼭 자연분만 해드릴게요.” 언뜻 보면 멋있고 의욕적인 선언이다. 하지만 문제는, 이 발언이 명백한 압박으로 작용하기 시작한다는 점이다. 그것도 가장 약한 고리인 오이영에게 말이다.

 

 

 

3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태아 위치, 무거워지는 공기

진통은 시작되었지만, 아기의 위치는 변하지 않았고, 산모는 점점 탈진해갔다. 아기의 심박수도 점차 떨어지기 시작했다. 오이영은 전공의로서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하며 분만을 시도했지만, 변화는 없었다. 이 시점에서 오이영은 수술이 필요하다고 판단한다.

그녀는 명은원에게 연락한다. “선생님, 산모가 위험합니다. 수술로 전환해야 해요.” 그러나 돌아온 대답은 차가웠다. “진통 3시간밖에 안 됐잖아. 카메라 앞에서 수술하면 내가 뭐가 돼?”

이 말에서 체면이 얼마나 위험한 기준이 될 수 있는지 여실히 드러난다. 생명을 두고 ‘내가 어떻게 보일까’를 고민하는 사람. 그리고 그 앞에서 “수술해야 해요!”라고 절규하며 자신의 소신을 지키려는 사람. 시청자로서 어느 쪽에 마음이 더 가는지는 말할 필요도 없었다.

 

 

진짜 무서운 건 태도가 바뀌는 순간

문제는 그다음이다. 명은원 교수가 직접 진통실 내려온다. 그리고 상황을 살핀 뒤, 자신이 했던 말은 온데간데없이 이렇게 말한다. “지금 뭐 한 거야? 수술방 왜 아직도 안 내려갔어?”

 

오이영이 얼마나 놀랐을까. 이미 수술방도 대기중이었고, 자신은 최대한 빠른 결정을 내렸음에도 불구하고, 본인이 안된다고 악을 쓰더니 이제와서 갑자기 모든 책임이 전공의에게 전가된 상황. 

 

생명을 지켜낸 순간, 그리고 되돌아온 평가

결국 산모는 제왕절개로 아이를 낳게 된다. 수술 내내 명은원은 오이영을 은근히 노려보는데, 보는 내가 다 울화통이 터질 지경이었다. 다행히 수술은 성공적으로 마무리된다. 아기는 건강하게 태어났고, 산모 역시 무사했다.

 

하지만 이 모든 과정을 지켜본 명은원은 또다시 차가운 말 한마디를 던진다. “디스토시아 기준이랑 수술 전환 타이밍은 공부 좀 더 해.” 이 말이 정녕 전공의에게 할 말인가. 진작 노티할 때부터 수술을 했다면 산모도 괴롭지 않았을텐데 말이다.

 

 

 

왜 이 장면이 이렇게 가슴을 때리는지 곰곰이 생각해봤다. 그것은 ‘현실’이기 때문이다. 병원뿐 아니라 어느 조직에서나, 명은원 같은 인물과 오이영 같은 인물이 존재한다. 누군가는 체면을 걱정하며 책임을 미루고, 또 누군가는 부족함에도 현장을 지키며 묵묵히 일한다.

 

나는 이 장면을 보고 단순히 분노만 느낀 게 아니다. 책임이라는 단어가 어떤 의미인지, 누군가의 생명을 살린다는 게 얼마나 막중한 일인지, 다시금 생각해보게 되었다. 그런 점에서 명은원은 참 여러모로 갱생이 불가한 존재라고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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