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불허전 명은원, 언젠가는 슬기로울 전공의생활에서도 멈추지 않는 빌런 행동
슬기로운 의사생활 시즌오프 "언젠가는 슬기로울 전공의생활" 명은원이 또 등장했다
솔직히 말해서, 나는 ‘슬기로운 의사생활’이라는 시리즈를 꽤 오랫동안 재밌게 봐온 시청자다. 시즌1부터 시즌2까지, 병원이라는 특수한 공간 안에서 벌어지는 인간적인 이야기와, 매회 묵직하게 남는 여운이 이 시리즈의 매력이었다. 그런데 언젠가는 슬기로울 전공의생활의 첫 화 마지막 엔딩에서 나는 눈을 의심했다.
명은원. 이 인물이 다시 등장하는 순간, 웬만해선 드라마 보면서 감정 기복 없는 나도 모르게 불쾌감이 확 올라왔다.
사실 시즌1, 2를 보면서 명은원이라는 캐릭터를 주의 깊게 본 사람들은 알 것이다. 명은원은 겉으로는 언제나 웃는 얼굴에 공손한 태도로 보호자나 교수에게 다가가는 사람이다. 말투도 부드럽고, 책임감 있어 보이는 연기를 한다. 하지만 카메라가 조금만 시선을 돌리면 그녀의 본심은 뚜렷하게 드러난다. 일은 모두 후배에게 떠넘기고, 본인은 이게 다 널 위한거라며 쏙 빠져나간다. 그리고 무슨 일이 생기면 가장 먼저 연락이 안 되는 사람도 바로 명은원이다. 펠로우가 됐는데도 여전히 정신 못차린거 보면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는 걸 보여주는 것 같다.
슬기로운 전공의 생활 속, 현실 고증형 빌런
이번에 공개된 ‘언젠가는 슬기로운 전공의 생활’ 콘텐츠를 보면서 나만 그런 게 아니었구나 싶었다. 명은원은 단순한 민폐 캐릭터가 아니라, 제작진이 의도적으로 설계한 ‘빌런’ 포지션이었다는 점이 명확해졌다. 그도 그럴 것이, 시즌 전체를 통틀어 명은원이 보여준 행동은 정말로 일관적이다.
책임 회피, 후배에게 업무 전가, 거짓말, 상사 눈치 보기.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 중 하나는 응급상황, 이른바 코드 블루 상황이었다. 모두가 긴장하고 달려가는데, 명은원은 응급상황이 끝난 뒤 느긋하게 나타난다. 그리고는 “방금까지 수술방에 있었다”고 거짓말을 한다. 이 장면은 보는 내내 숨이 턱 막혔다. 이건 일하기 싫어서 빠지는 차원이 아니었다. 환자의 생명이 달린 응급상황에서도 본인의 안위가 먼저인 사람, 그게 명은원이었던 것이다.
보호자 앞에선 천사, 후배들에겐 여우
명은원의 이중적인 태도는 보호자 응대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슬기로운 의사생활에서 모든 산부인과가 다 바쁘게 돌아다니던 중 명은원은 보호자랑 노닥거리기 바빴다. 추민하가 할 일은 해야하지 않냐고 말하자, 그제서야 죄송하다고 말하며 그 자리를 휙 떠나버리기까지 하는데 와 진짜 뒷통수 딱 한대만 때리고 싶다는 마음이 드는 건 실로 오랜만이었다. 보호자 입장에서는 명은원이 성실해 보이고, 오히려 열심히 일하던 추민하가 무심하게 보이게 되는 것이다.
솔직히 말해서, 내가 다니는 회사에도 이런 사람이 있다. 상사 앞에서는 항상 예의 바르고, 똑부러지게 말하면서 ‘이 사람 일 진짜 잘한다’는 인상을 준다. 그런데 막상 같이 일해보면 매번 중요한 일은 슬쩍 회피하고, 귀찮은 건 전부 남에게 넘긴다. 책임질 타이밍에는 항상 연락이 안 되거나, 핑계를 찾는다. 그래서 명은원을 볼 때마다 현실에서 겪었던 기억들이 겹쳐져서, 화면 너머로 욕이 나올 뻔했다.
교수 앞에선 고개 숙이고, 후배에겐 갑질하는 이중성
명은원의 기회주의적인 태도는 시즌이 거듭될수록 노골적이었다. 이번 드라마에서는 교수 승진을 위해 VIP 환자와 교수들 앞에서는 적극적으로 나서고, 후배들에게는 온갖 허드렛일을 맡긴다. 특히 ‘오이영’을 욕받이로 만들어 버린 장면은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타 과에 피해까지 끼치면서 자신의 이득을 취하려고 하는 그 행동이 진짜 너무 얄미웠다
응급 수술도 ‘가짜’? 명은원의 정점
결정적으로 나는 명은원이 산모 수술 스케줄을 조작한 장면에서 분노가 치밀었다. 마치 응급상황처럼 수술 일정을 비집어 넣고, 실제로는 산모와 수술실 앞에서 농담을 주고받는다. 마취과에서도 이상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결국 명은원은 ‘거짓말쟁이’로 낙인 찍힌다. 이쯤 되면 단순한 민폐가 아니라, 환자의 안전까지도 위협할 수 있는 진짜 문제 인물이다.
오이영은 마취과와 소아과 모두에게 미움을 받게 되었지만 다행히 구도원과 엄재일의 도움으로 거짓말쟁이라는 누명은 벗게되지만 그동안 얼마나 마음 고생이 심했을지 생각하면 너무 안타까웠다.
회사에서 보면 이런 사람은 늘 상사에게만 잘 보이고, 동료들 사이에서는 평판이 좋지 않다. 하지만 상사는 모른다. 왜냐하면 본인 앞에서는 너무나 완벽한 모습만 보여주기 때문이다. 이걸 매일 겪는 사람 입장에서 명은원이라는 캐릭터는 진짜 ‘리얼’하게 짜증난다.
결국은 돌아온 빌런, 언젠가는 슬기로울 전공의생활에서 또 뭐하려고?
그래서 명은원이 병원 복도를 걷는 장면을 봤을 때 나는 짜증이 났다.
진짜 이 캐릭터 또 나오는 거야? 설마 다시 병원에 돌아와서 또다시 같은 행보를 반복하는 건가? 솔직히 말하면, 이쯤 되면 명은원이 바뀌는 게 아니라면 그냥 안 나왔으면 좋겠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물론 드라마 안에서는 갈등 요소가 필요하고, 이야기를 끌어가는 장치로 누군가는 미움받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건 이해한다. 하지만 명은원의 행보는 이미 시청자 입장에서 ‘한두 번 봐줄 수 있는 수준’은 넘어섰다. 더군다나 현실에서도 이런 타입을 매일 마주치는 사람 입장에서는, 이 캐릭터를 다시 보는 것만으로도 스트레스가 올라간다.
명은원이 짜증나는 이유 : 현실 고증 빌런이기 때문
명은원이라는 캐릭터는 현실에 존재하는 문제적 인간 유형을 극사실적으로 구현한 빌런이다. 웃는 얼굴로 책임을 회피하고, 열심히 일하는 사람 뒤에 숨어서 자기 이익만 챙기는 사람. 우리가 일상 속에서 너무 자주 마주치는 인물이다.
그렇기 때문에 더 짜증 나고, 더 몰입하게 된다. 나는 앞으로 언젠가는 슬기로울 전공의생활에서도 명은원이 어떤 식으로 관계를 흐트러뜨릴지 주목하면서도, 동시에 진심으로 이 인물이 ‘변화’라는 걸 보여주지 않는다면 제발 참교육을 좀 당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계속할 것 같다.
이번에 서정민한테 찍힌 것으로는 성에 안찬다. 제발 모든 전국에 명은원에 대해 소문이 다 나서 오도가도 못하는 신세가 되었으면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연기인걸 알면서도 이렇게까지 짜증이 나는걸 보면 진짜 잘 만들어진 캐릭터인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