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뒷통수 마려운 명은원 논문 가로채기 사건

imtbp 2025. 5. 5.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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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 드라마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슬기로운 의사생활〉을 봤을 것이다. 보면서 가장 열받았던 장면 중 하나는 명은원이 논문을 가로챘던 일이다. 이공계생으로 논문 하나가 얼마나 중요한지 알고 있고 제1저자와 제2저자의 차이가 크다는 걸 인지하고 있어서인지 더 열받았다. 일은 다 구도원 시켜놓고 홀랑 제1저자 먹는 꼴이라니 정말 화가 ㅋㅋㅋ

 

드라마 속 명은원은 처음부터 철저히 실적 중심의 캐릭터로 등장한다. 처음에는 율제병원에서 시작했지만 교수 자리를 얻지 못하고 종율제로 옮겨간다. 이 과정에서 그녀가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동료들과의 관계가 아니라 얼마나 빨리 실적을 쌓고, 얼마나 높은 자리로 올라갈 수 있느냐는 것이었다. 당직 스케줄을 짤 때도, 팀 내 일정을 조율할 때도 늘 자신의 효율이 우선이었고, 그 결과 주변 사람들은 그녀와 함께 일하는 것을 점점 꺼리게 된다. 특히 영상에서는 “무서운 사람보다 피곤한 사람이 더 멀리한다”는 문장을 통해, 현대 조직사회에서 인간관계의 본질을 날카롭게 짚고 있었다. 나 역시 직장에서 여러 사람과 일하며 이 말의 진실성을 너무 많이 느꼈기에, 이 장면은 내게 매우 강하게 와 닿았다.

 

 

 

 

 

 

결정적인 사건은 ‘논문’이었다. 구도원이 오랫동안 준비해온 연구를, 명은원이 자신의 이름으로 발표하게 되면서 문제가 발생한다. 논문에 구도원의 이름은 빠져 있었고, 명은원은 이를 단순한 실수라고 해명한다. 그러나 영상은 이를 명확히 ‘선택’이라고 지적한다. 단순 실수가 아닌, 명백한 고의라는 것이다. 이 장면은 단지 드라마 속 이야기로 끝나지 않는다.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에서도 충분히 있을 법한 일이다. 노력은 누군가의 것이지만, 결과는 다른 사람의 것으로 둔갑되는 현실. 능력보다는 권력, 인성보다는 실적이 더 중요하게 여겨지는 세상에서 우리는 종종 명은원 같은 인물들과 마주하게 된다.

 

나는 이 장면을 보며 참 씁쓸한 기분이 들었다. 왜냐하면 명은원 같은 사람은 현실에도 너무나 많기 때문이다. 그들은 ‘성과’를 이유로 타인의 기여를 가로채고, ‘성과’를 이유로 인간관계를 깎아먹는다. 드라마는 이러한 인물의 최후를 보여준다. 처음에는 모두에게 인정받는 듯하지만, 결국 ‘인성의 빈틈’은 사람들 사이의 신뢰를 무너뜨리고, 그녀는 교수 자리를 앞에 두고도 나락으로 떨어질 가능성이 높아진다.

반면, 구도원은 조용히 묵묵히 일해온 인물이다. 그는 자신이 준비한 논문에서 이름이 빠졌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크게 문제를 제기하지 않는다. 불안함은 있었지만 끝내 말하지 못했던 모습은 착한 사람의 전형적인 한계이기도 하다.

 

 

 

이후에도 명은원의 빌런행동은 멈추지 않는다.

먼저 이야기의 중심이 되는 장면은 엄재일이 명은원을 병실로 부르며 시작된다. 사실 재일 입장에서는 나름 심각한 요청이었다. 상황이 좀 복잡해서, 자신보다 더 적합한 판단을 할 수 있는 은원을 부른 것뿐이었다. 하지만 은원은 이 요청을 매우 불쾌하게 받아들인다. 그녀의 말투는 단호했고, 표정은 냉정했다. "왜 나를 불렀냐"는 말 속에는 단순한 짜증이 아닌, 자신의 권한과 위치가 침해당했다는 불쾌함이 녹아 있다. 이 순간, 재일은 단순히 혼나는 것이 아니라 은원에게 명백한 '서열 교육'을 받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바로 그 순간, 구도원이 등판한다. 도원은 이 장면에서 너무나 자연스럽게 분위기를 바꿔놓는다. 그는 “제가 잘 가르치겠습니다”라는 단 한마디로 상황 전체를 정리한다. 이 대사는 겉으로 보기에는 그냥 상황 수습을 위한 말처럼 들릴 수 있다. 하지만 이 대사에는 단순한 책임 회피가 아닌, 복합적인 메시지가 숨어 있다. 도원의 말은 곧 "지금 상황은 내가 정리하겠다", "산모는 제가 볼 테니 은원 선생님은 더 이상 개입하지 않아도 된다", "재일은 제가 알아서 지도하겠다"는 다층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 이 장면에서 도원은 병원 내에서의 권력 흐름을 부드럽게 정리하는 중재자 역할을 완벽하게 수행한다.

 

도원의 말에는 또 다른 계산이 담겨 있다. 그는 은원에게 "슈퍼바이스 중이었다"며 자신도 바빴다는 점을 강조한다. 이는 마치 "저도 할 일 하고 있었어요"라고 변명하는 듯하지만, 사실은 "우리 모두 바쁜 사람들이니, 여기서 더 감정 소비하지 말자"는 일종의 화해의 제스처다. 동시에 은원이 체면을 잃지 않도록 배려한 말이기도 하다. 병원이라는 공간에서 ‘체면’은 단순한 자존심 이상의 가치를 지닌다. 특히 교수 승진을 앞둔 의사들에게는 동료들의 평가, 상하 관계, 작은 실언 하나까지도 향후 커리어에 영향을 준다.

이 모든 정리가 끝난 후, 은원이 도원에게 던진 마지막 한마디는 이 장면의 백미다. "가도 되죠?"라는 말은 표면적으로 보면 단순한 예의다. 하지만 그 안에는 꽤 많은 의미가 숨어 있다. 그 말은 은원이 도원을 상급자로 인정하고 허락을 구한다는 의미처럼 보인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이 말은 은원이 상황을 장악했다는 선언에 가깝다. 그녀는 지금 이 상황을 ‘자신이 정리했다’고 생각하고 있으며, 도원의 협조는 자신의 통제를 위한 수단이었다고 여긴다. 특히 이 대사에는 "논문은 내가 1저자 한다", "이번 일은 그냥 묻고 넘어가자", "재일의 사과는 굳이 듣지 않아도 된다", "나는 곧 교수니까, 그 흐름을 존중해라" 같은 복합적인 정치적 메시지가 숨겨져 있다.

 

이 장면을 보고 나서 한참 동안 생각이 많아졌다. 드라마는 종종 현실보다 더 현실을 잘 보여준다. 특히 병원처럼 명확한 위계가 존재하는 공간에서는 말 한마디, 눈빛 하나가 곧 권력이다. 도원은 그 미묘한 흐름을 누구보다 잘 읽는 인물이다. 그는 강하게 나서지도 않고, 그렇다고 지나치게 물러서지도 않는다. 그는 정확한 타이밍에 정확한 말로 사람 사이의 긴장을 정리하고, 갈등을 평화적으로 해결한다. 이런 인물은 실제 병원에서도 매우 드물다. 이런 점에서 도원은 단순히 ‘착한 캐릭터’가 아니라, 병원 내 정치 구조를 정확히 이해하고 있는 실력자다.

반면, 은원은 자기중심적인 인물로 소시오패스 아니야? 라는 생각까지 들게한다.

 

결국 이런 사람은 다 들통나게 되어있다. 코드블루 상황에서도 제때 오지 않았던 명은원은 그 추태를 다 서정민에게 까발려진 상황이다. 서정민이 구도원과 나눈 대화를 보면 이 논문 가로채기 사건도 이미 아는 듯한 모습이다. 김준완과도 친한 것을 보면 양석형과도 안면이 있을듯 하다. 거기다 같은 산과니 더 잘 알것이라 생각이 되었다. 그러니 명은원에 대해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알고 있지 않을까 싶다.

 

제발 남은 회차에서 명은원이 더 큰 벌을 받기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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