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임 오주영이 걷는 길, 엄마가 되는게 어려운 사람들
〈언젠가는 슬기로운 전공의 생활〉 속 인물 ‘오주영’의 서사를 보면 참 슬프다. 4년 전 유산을 경험하고 난 뒤, 배가 고픈 자신을 바라보며 “난 엄마 자격도 없는 것 같다”고 자책했다고 하는데 참 몇달간 품고 있던 생명이 하루 아침에 사라졌다는 그 상실감과 고통을 누가 이해할 수 있을까 싶다. 배가 고팠다는 이유만으로도 죄책감을 느끼는 그녀의 모습은, 우리가 상상하는 것 이상의 고통과 무게를 품고 있었다.
그런데 그런 오주영이 다시 임신을 준비하는거였다니, 그 의미가 참 새롭게 다가왔다. 그때엔 느끼지 못했던 감정이 몰려왔다. 어떻게 그런 경험을 하고도 저 시간들을 다시 견디기로 할 수 있었을까. 참 여러모로 엄마라는 존재는 대단하다 싶다. 그래서 생각하게 됐다. 드라마에서 잠깐 보여지는 그 ‘난임 치료’라는 것이, 실제로 어떤 과정을 거치고, 어떤 고통을 감내해야 하는 일인지 말이다.
오주영처럼 난임을 겪는 여성들은 단지 아이를 갖고 싶다는 마음만으로 병원을 찾는 것이 아니다. 이미 한 차례 혹은 그 이상의 실패를 겪은 이들이 많고, 그 시간 속에서 감정의 붕괴와 자기혐오, 그리고 외부로부터의 무심한 질문까지 견뎌낸 사람들이다. 난임이라는 말 자체가 벌써 그들에게는 ‘원하지 않은 결과가 반복되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실제로 난임 치료는 많은 이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복잡하고 정교한 과정을 거친다.
보통 자연 임신이 1년 이상 되지 않는 경우 난임으로 분류되고, 이때 병원을 찾게 되면 가장 먼저 여성의 호르몬 수치, 자궁 상태, 난소 기능을 검사하게 된다. 이와 동시에 남성의 정액 검사를 통해 정자의 수, 운동성, 형태 등을 확인한다. 난임은 부부 중 누구 한 명만의 문제가 아니라, 커플 전체의 건강과 생식 기능이 조화를 이루어야 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이후에는 인공수정 또는 시험관아기 시술(IVF)로 치료가 이어질 수 있다.
인공수정은 배란일에 맞춰 정자를 자궁에 직접 주입하는 방식이며, 상대적으로 초기 단계의 치료에 해당한다. 반면 시험관아기 시술은 여성의 난자를 채취하여 정자와 수정시킨 후 배아 상태에서 다시 자궁 내로 이식하는 고난도의 과정이다. 이 과정은 단순한 시술 한 번으로 끝나지 않는다. 난자 채취 전에는 여성의 몸이 일정한 리듬을 갖도록 호르몬 주사와 약물을 통해 인위적으로 조절되어야 하고, 그로 인한 신체적·정신적 부작용도 적지 않다.
오주영의 이야기를 다시 떠올리면, 이 모든 과정을 다시 시작하기까지 얼마나 오랜 시간이 필요했을까 싶은 생각이 든다. 그녀는 4년 전 유산이라는 깊은 상처를 경험했고, 그 상처 속에서 자신의 자격까지 의심했다. “아이도 배가 고팠던 게 아닐까?”라는 말은 단순한 죄책감이 아니라, 엄마로서 자신의 존재 전체를 부정하는 고통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난임센터의 문을 두드리고, 다시 채혈을 하고, 다시 호르몬 주사를 맞는다는 것은 얼마나 단단한 결심이었을까.
난임 치료의 과정은 여성의 몸에 고스란히 흔적을 남긴다. 호르몬 치료로 인한 급격한 체중 증가, 배란 유도 과정에서의 복부 통증, 반복되는 초음파 검사, 시술을 위한 채혈과 내진, 그리고 그 모든 과정을 기다리는 시간들. 이 모든 과정에서 정서적인 부담은 더욱 크다. ‘이번에는 될까?’라는 희망과 ‘또 실패하면 어쩌지’라는 불안이 매일같이 교차하기 때문이다.
드라마 속 오주영은 병원에서 임신을 준비하면서도 계속 마음을 다잡는다. 사소한 말에도 흔들리고, 자책하고, 동시에 다시 단단해진다. 그런 그녀를 보며, 난임이라는 말 너머의 ‘사람’이 보이기 시작했다. 이건 단지 의학적 과정이나 치료 단계의 나열이 아니라, 어떤 여성이 자신의 몸과 마음을 건 도전이었다. 그리고 그런 과정이 얼마나 정교하고 절박한지 알게 되었다.
난임 치료는 결과만큼이나 과정이 중요하다. 아이를 갖기 위한 여정 속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의학적 기술뿐만 아니라, 그 사람을 이해하고 지지하는 주변의 태도다. “그냥 마음 편히 먹어봐” 같은 말이 얼마나 무의미하고 때로는 잔인한 말이 되는지를 이 드라마는 조용히, 그러나 분명히 보여주었다.
오주영의 서사는 우리에게 묻는다. 한 사람의 간절함이 다시 현실을 향해 발을 내딛는 순간, 우리는 얼마나 그 마음을 이해하고 있었을까. 반복되는 채혈과 시술보다 더 힘든 건, 때로는 무심한 위로나, 자격지심을 견뎌야 하는 일상 속의 시선들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그녀는 다시 용기를 냈다. 그 순간만큼은 진심으로 응원하고 싶었다.
이 드라마는 병원이라는 배경을 통해 의학적인 정보를 전달하기도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하게 사람의 마음을 그려낸다. 오주영의 난임 서사는 그 대표적인 예다. 유산이라는 깊은 상처를 안고, 다시 임신을 준비하는 그녀의 모습은 많은 시청자들에게 위로이자 용기가 되었을 것이다. 난임 치료라는 복잡한 과정을 넘어, 그 과정 속에서 흔들리지만 끝내 나아가는 한 사람의 감정을 이해할 수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이 이야기는 오래도록 마음에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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